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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정규직 ‘기상기후 전문가’ 신설

전공·경력 기반 정규직 채용, 전문성 강화 방침

작성일 : 2025.09.16 01:00

작성자 : 문화부

MBC가 15일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를 공식 폐지하고 정규직 기반의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새롭게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방송사에서 기상·기후 정보를 전달하는 인력 운용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결정이다. 이 제도 개편은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세상을 떠난 고(故) 오요안나 전 MBC 기상캐스터의 1주기를 맞아 발표돼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MBC [방송사 제공]

새로 도입되는 ‘기상기후 전문가’는 단순히 날씨를 전달하는 방송 진행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들은 직접 기상·기후 데이터를 취재하고 분석하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지원 자격은 기상·기후·환경 관련 전공자 또는 관련 자격증 소지자, 해당 업계에서 5년 이상 경력을 가진 전문가다. 무엇보다 고용 형태가 정규직이라는 점이 기존 프리랜서 제도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동안 기상캐스터는 방송사의 간판 프로그램을 책임지면서도 프리랜서 신분으로 불안정한 노동 조건에 노출돼 있었다. 이번 제도 개편은 그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MBC는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일반 공개채용을 통해 기상기후 전문가를 선발할 계획이다. 기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에게도 지원 기회는 열려 있다. MBC는 구체적인 일정과 방식을 추후 공개할 예정이다. 방송사의 날씨 정보 전달이 단순한 ‘원고 낭독’ 수준을 넘어 전문성을 확보하고, 기후 위기 시대에 걸맞은 공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번 제도 개편은 오요안나 전 기상캐스터의 비극적인 죽음과 무관하지 않다. 오 전 캐스터는 지난해 9월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한 끝에 세상을 등졌다.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오 전 캐스터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MBC 내부에서 괴롭힘이 있었던 사실은 확인됐다. ‘프리랜서’라는 신분이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를 만들었고, 그 속에서 오 전 캐스터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MBC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민사소송 당사자 간 동의가 이뤄지는 대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방송 현장에서 프리랜서 신분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많다. 뉴스 진행자, 리포터, 아나운서, 기상캐스터 등 주요 화면에 등장하는 인력 상당수가 비정규직 신분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고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방송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등 근로자와 다름없는 조건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랜서’라는 이름 아래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불합리한 처우와 인권 침해를 겪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번 MBC의 결정은 이러한 관행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방송계 노동환경 개선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이번 개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제도의 안착 여부가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단순히 명칭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양성·활용하며 안정적이고 투명한 근로 환경을 제공해야 제도의 취지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또한 기상기후 전문가가 방송 현장에서 단순히 ‘기상 소식 전달자’에 머무르지 않고, 심화된 기후 이슈까지 다룰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는다.

오요안나 전 캐스터의 죽음은 방송 현장에 만연한 불합리한 구조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이번 제도 개편은 고인의 아픔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MBC의 다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발적인 제도 도입만으로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방송사 전반에 걸친 프리랜서 제도의 재검토, 고용 형태와 노동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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