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선호 씨 사건 모티브, 서울희곡상 수상작으로 대학로 무대 올라
작성일 : 2025.09.09 21:35
작성자 : 문화부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해주실 수 있습니까?”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청년 노동자의 절규가 무대 위에서 되살아난다. 그러나 작업반장은 끝내 답하지 못한다. 그는 또 다른 하청 노동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2021년 평택당진항에서 발생한 대학생 이선호 씨(당시 23세) 사망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연극 *엔드 월(End Wall)*이 오는 10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공연된다. 작품은 지난해 제2회 서울희곡상을 수상한 하수민 연출의 희곡을 토대로 제작됐다.
이선호 씨는 2021년 4월 22일, 천장 없는 개방형 컨테이너(FR 컨테이너)에서 화물 고정용 나무를 제거하던 중 넘어지는 벽체에 깔려 숨졌다. 법령상 안전계획과 보호장비가 필수임에도 불구하고, 즉흥적 작업 지시 속에서 최소한의 안전조치조차 없이 투입된 끝에 발생한 참사였다.
9일 열린 시연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하수민 연출은 “노동 현장에서 당연히 지켜져야 할 노동권과 인권은 왜 늘 벽에 가로막히는가를 고민했다”며 “‘엔드 월’, 즉 컨테이너의 끝벽을 넘어서 우리가 무엇을 봐야 할지를 관객에게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현장을 직접 답사할 수 없어 인근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경험을 토대로 희곡을 집필했다고 덧붙였다.
무대는 실제 항만 노동 현장을 최대한 재현했다. 특히 공연 초반 거대한 컨테이너 벽이 쾅 하고 쓰러지는 장면은 항만 노동 환경의 위험성과 폭력성을 고발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하 연출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알포인트에서 미술감독으로 활동한 이력을 살려 무대의 사실성을 극대화했다.
작품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끝내 규명하지 못한다. 하 연출은 “이선호 씨가 왜 죽음을 맞이해야 했는지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며 “결국 미래 세대가 이 비극에 어떤 해답을 내놓고 살아갈지를 중심에 둘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아성’ 역을 맡은 배우 마광현은 2시간 내내 숨 고를 틈 없이 열연을 펼쳤다. 그는 “아성은 이미 죽은 자로서 사유하고 말하는 존재이기에 진부하지 않게 표현하려고 고민했다”며 “노동자가 체감했을 두려움과 그를 둘러싼 벽들을 연기에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엔드 월은 부조리극의 색채를 띠면서도, 여전히 한국 사회 곳곳에서 반복되는 산업재해의 현실을 생생히 드러낸다. 무대 위에서 반복되는 질문은 결국 관객을 향한다. “왜 죽음은 멈추지 않는가,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이 작품은 단순히 한 청년의 비극을 추모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산재 문제와 책임의 부재를 성찰하게 만드는 무거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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