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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임영웅 연출 1주기, ‘고도를 기다리며’ 6년 만에 무대에…소극장 산울림 40주년 기념 공연

“시선 하나까지 지적하던 꼼꼼한 연출”…제자들, 스승에게 바치는 무대

작성일 : 2025.09.08 22:13

작성자 : 문화부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난 故 임영웅 연출의 1주기를 맞아 그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소극장 산울림 개관 40주년을 기념해 오는 10일부터 10월 4일까지 공연되는 이번 무대는 6년 만의 재공연이자, 스승을 기리는 제자들의 헌정 무대이기도 하다.

 8일 서울 마포구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린 개관 40주년 기념 공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8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출연진과 제작진은 임영웅 연출의 치밀한 작업 방식을 떠올리며 작품에 임하는 각별한 소회를 밝혔다. 한 배우는 “그의 작품 노트엔 ‘세 발짝 반에, 시선을 45도로 틀어서’라는 지시까지 적혀 있었다”며 “우리는 그렇게 임영웅에게 꽁꽁 묶여 있었다”고 회상했다.

임영웅 연출은 1969년 ‘고도를 기다리며’를 국내 최초로 무대에 올린 이후 약 1,500회 공연으로 22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2019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 50주년 기념 공연을 선보인 뒤 건강 악화로 연출 활동을 중단했으나, 그의 연출 의도를 원형 그대로 복원한 이번 공연이 새롭게 마련됐다.

1994년부터 주인공 ‘블라디미르’를 맡아 31년간 작품과 함께한 배우 이호성은 “임 선생님의 지시가 워낙 세밀해 실제로 맞춘 적은 없었다”며 “시선 하나 틀려도 다 기억했다가 지적하면서도 결국은 칭찬을 아끼지 않던 모습이 그립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에스트라공’ 역을 맡아온 박상종 역시 “산울림의 40주년이자 임 선생님 1주기라는 점에서 감회가 깊다”며 “이 무대를 스승께 바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출을 맡은 심재찬은 과거 조연출 시절을 떠올리며 “임 선생님은 배우의 시선까지 자로 잰 듯 요구하던 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소년 역 배우가 블라디미르를 보지 않고 대사하라는 지시가 의아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친절하지 않은 존재’라는 의도를 표현한 연출이었다는 걸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사뮈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두 주인공이 ‘고도’를 기다리며 끝없는 대화를 이어가는 내용으로, 난해한 상징과 설정으로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을 요구한다. 박상종은 “제가 생각하는 고도는 우리가 의지하는 절대자의 개념일 수 있다”고 해석한 반면, 이호성은 “관객에 따라 다르다”며 교도소 공연에서 수감자들이 ‘술, 빵, 여자, 여행’ 등으로 답한 일화를 소개했다.

심재찬 연출가는 “창작 당시엔 부조리극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오히려 리얼리즘 연극에 가까운 작품처럼 느껴진다”며 “오늘날 관객에게도 여전히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소극장 산울림의 40주년과 임영웅 연출의 1주기를 함께 기리는 이번 무대는, 세밀한 연출과 배우들의 헌신으로 재탄생한 ‘고도를 기다리며’를 통해 관객들에게 또 다른 의미의 ‘기다림’을 체험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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