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기를 예술로…‘신호’ 연작과 수석 드로잉 신작 공개
작성일 : 2025.09.02 22:47
작성자 : 문화부
미술관의 ‘주적’인 습기를 정면으로 끌어들인 작품이 서울에 상륙했다. 한국-콜롬비아계 미국 작가 갈라 포라스-김(41)이 2일부터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자연 형태를 담는 조건’을 열고 드로잉 연작 ‘신호’와 신작 ‘수석’ 시리즈를 공개했다.

작가는 2021년부터 전 세계 미술관에서 선보인 설치작 ‘신호 예보’를 발전시켜 ‘신호’ 연작을 제작했다. 미술관 전시장에서 산업용 제습기로 모은 습기를 액상 흑연에 적신 천에 흘려보내고, 그 물방울이 바닥 패널 위에 떨어지며 무작위 패턴을 만든다. 인간이 통제하려 하지만 결국 자연이 이겨내는 힘을 시각화한 것이다.
작품은 전시장마다 다른 양상으로 구현된다. 건조한 계절의 스페인 세비야 안달루시아 현대미술센터(CAAC)에서 제작된 ‘신호’는 흑연 액의 양이 적고 번짐도 최소화됐지만, 미국 덴버 현대미술관에서 제작된 ‘신호’는 습도가 높은 환경 탓에 액이 많이 떨어지고 번짐도 크다.
작가는 “습기로 인해 부식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인간은 이를 손상이라 여기고 통제하려 하지만, 자연은 결국 벽을 뚫고 스며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호’ 연작 5점과 함께 새 드로잉 연작 ‘수석’도 선보인다. 그는 인터넷에서 수석 사진을 수집해 ‘균형 잡힌 돌’, ‘신성한 돌’, ‘우주에서 온 돌’ 등 자신만의 분류 방식으로 모아 한 캔버스 안에 그려냈다.
작가는 과거에도 고대 문자, 유물, 박물관 수장품을 자기 기준으로 분류해 ‘인덱스 드로잉(index drawings)’을 제작해 왔다. 수석을 새로운 대상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그는 “자연 그대로의 수집품이면서 긴 역사를 지녔고, 좋은 돌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그런 기존 원칙 대신 내가 만든 기준으로 내 시선에서 분류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인전은 인간이 자연을 분류하고 통제하려는 시도와, 그럼에도 자연이 고유의 힘으로 흔적을 남기는 과정을 탐구하는 자리다.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 오는 10월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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