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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의 기다림, 세계유산이 된 ‘반구천의 암각화’

국보 반구대·천전리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작성일 : 2025.07.12 22:43

작성자 : 문화부

1970년대 겨울, 한국 고고학계를 뜨겁게 달군 두 건의 중대한 발견이 있었다. 바로 울산 울주군에서 잇따라 발견된 ‘천전리 암각화’와 ‘반구대 암각화’였다. 동심원, 마름모 등 기하학 문양과 명문(銘文), 고래 사냥 장면이 생생히 새겨진 이 두 유산은 문자가 생기기 전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과 사유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27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찾은 관광객.

그로부터 50여 년. 이 유산들이 마침내 세계의 품에 안겼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회의에서 ‘반구천의 암각화’를 한국의 17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해당 유산은 국보로 지정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포괄한다.

두 유산 중 특히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잡이 기록으로도 손꼽힌다. 50마리가 넘는 고래와 다양한 바다·육지 동물, 사냥 장면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어 인간의 자연 인식과 기록 욕구가 응축된 고대의 ‘캔버스’라 불릴 만하다.

그러나 이 소중한 문화유산은 1965년 사연댐 준공 이후부터 60년 가까이 매년 장마철마다 침수됐다. 수위가 53m를 넘으면 부분 침수되고, 57m 이상이면 완전히 물속에 잠겼다. 오물과 이끼가 쌓이면서 훼손 우려도 커졌다. 급기야 문화재계에서는 “물고문”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문화재 보존과 울산 시민의 식수 확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면서 갈등도 이어졌다. 문화단체와 국가유산청은 보존을, 울산시는 현실적인 식수 문제를 강조했다. 기술적 문제로 가변형 댐 계획이 무산되기도 했다.

전환점은 2021년이었다. 정부는 50년의 시간 동안 물속에 잠겨온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해 사연댐에 수문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환경부와 국가유산청, 울산시가 함께 협력해 약 640억원 규모의 ‘사연댐 안전성 강화사업’을 본격화했다. 수문 설치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유네스코는 이번 등재에서 “보편적 가치(OUV)를 훼손할 수 있는 개발계획은 반드시 보고하라”고 권고하며 보존과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 역시 공사 진척 상황과 영향에 대해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할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등재에 안주하지 않고, 유산의 가치를 충실히 지키며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과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비운의 문화유산’이란 오명을 벗고 세계유산으로 새 출발을 알린 반구천의 암각화는 한국 선사문화의 위상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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