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1개당 200원 수수료,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배달에 ‘진 빠져’
작성일 : 2025.07.11 22:31
작성자 : 사회부
“더워도 에어컨을 못 틀어요. 기름값 생각하면 참게 돼요.”
![빌라촌에서 배달하는 기사 [촬영 조현영]](/img_up/shop_pds/opentimes/gisa/2025/akr20250711134800004_02_i1752240933.jpg)
11일 오후 3시 30분,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의 좁은 빌라촌 골목을 누비는 택배기사 이상진(36) 씨는 연신 땀을 닦으며 차량 에어컨을 조심스레 틀었다. 한 대 겨우 지나는 골목을 트럭으로 통과한 그는 엘리베이터 없는 6층 빌라 앞에 차를 세우고 무거운 상자 3개를 들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파트는 수레라도 끌 수 있는데, 이 동네는 골목이 좁아서 그마저도 안 돼요. 더워지면 신선식품 주문도 늘어나 아이스팩이 녹아서 박스는 젖고… 한숨만 나와요.”
그가 이처럼 힘겹게 나른 택배 1개당 받는 수수료는 200~300원 남짓. “자원봉사 수준”이라고 자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구나 동료 한 명이 일을 그만두면 남은 기사들이 물량을 나눠야 해 고충은 배가 된다.
가장 고된 작업은 ‘분류’다. 택배가 쌓인 물류센터에서 이를 운송장별로 나누는 작업은 실내에서 이뤄지지만 에어컨조차 작동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는 “대형 선풍기 하나만 돌아가는데, 더운 바람만 불어 더 지친다”고 토로했다.
폭염은 실수로 이어지기도 한다. 평소 오배송이 거의 없던 이씨는 “최근 일주일 사이 2~3건이나 잘못 배달했다”며 “덥고 지치니 정신이 혼미해진다”고 털어놨다. 오배송이 발생하면 고객 항의는 물론, 다시 해당 물건을 회수해 재배달해야 해 고역이다.
기자는 오후 4시 30분까지 동행했지만, 이씨의 배달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아파트 배달이 남았어요.” 트럭은 다시 무더위 속으로 향했다. 기온은 여전히 36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같은 날,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월 들어서만 3명의 택배노동자가 폭염으로 사망했다”며 “정부는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폭염 대응과 보호 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는 올여름, 택배노동자들의 생존은 하루하루가 ‘버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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