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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들이 몰려든 거리”…뉴욕 57번가가 보여주는 부의 초상

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추적한 세계 최고가 고층 콘도의 실체

작성일 : 2025.06.26 21:34

작성자 : 문화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거리로 꼽히는 뉴욕 맨해튼 57번가, 일명 ‘억만장자의 거리’의 민낯이 책으로 공개됐다. 저널리스트 캐서린 클라크가 집필한 《억만장자의 거리》는 화려한 고층 아파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 짧은 거리 위로 몰려든 세계 초부유층의 실상을 현장 취재로 풀어낸 르포다.

[잇담북스 제공]

뉴욕의 57번가는 길이 1.6km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거리는 단지 길이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센트럴파크 바로 남쪽에 자리한 이 도심 구역에는 300m 이상 초고층 콘도 타워가 밀집해 있다. ‘432 파크 애비뉴’, ‘센트럴파크 타워’, ‘원57’ 등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마천루들이 그 주인공이다.

이곳에는 러시아의 올리가르히, 사우디 왕족, 유럽 귀족, 월스트리트의 금융 거물 등 세계 곳곳의 억만장자들이 투기 자본을 앞세워 콘도를 사들이며 사실상 ‘하늘 위의 금고’를 만들어가고 있다. 저자는 "이들이 아파트를 사지 않았다면, 골드바를 거래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콘도는 재산 은닉과 증식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책은 이들이 만든 부의 구조물이 어떻게 도시의 풍경과 기능을 재편하는지를 조명한다. 초고층 건물로 인해 센트럴파크에는 한낮에도 그림자가 드리우고, 시민들은 일조량 부족을 문제 삼으며 시위에 나섰다. 이와 같은 변화는 도시의 공공성과 공유 공간을 서서히 잠식하는 자본의 속성을 보여준다.

저자는 월스트리트저널 부동산 전문 기자로, 수년간 이 거리의 고층 콘도 시장을 추적해왔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억만장자의 거리’가 보여주는 극단적인 부의 축적 구조와 그 이면의 허위, 사치, 소외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뉴욕이라는 도시는 오래전부터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 드림이 이제는 한 줌의 부유층만을 위한 사적 천국으로 전락했음을 경고한다. 일반 시민들은 접근할 수 없는 고층 전망대, 폐쇄된 식당과 문화시설들, 그리고 실제로 비어있는 콘도 유닛들 속에서 ‘보이지 않는 도시’를 살아가고 있다.

《억만장자의 거리》는 단순한 부동산 기사를 넘어, 현대 자본주의가 만든 도시의 실루엣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기록이다. 고층 콘도가 드리운 센트럴파크의 그림자는 단지 햇빛만을 가린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점차 도시의 공간과 삶, 민주주의적 공공성을 삼켜가고 있는 초자본의 상징이다.

책은 잇담북스에서 출간됐으며, 이윤정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겼다. 부동산이 사회 구조와 삶의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도시가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는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필독서로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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