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갈동 출토 보물 잔무늬 거울 등 404점 유물 공개
작성일 : 2025.06.26 21:26
작성자 : 문화부
철기문화가 태동하던 고대, 수천 개의 가는 선이 새겨진 ‘잔무늬 거울’은 최고의 명품이었다. 정교한 무늬를 가진 이 청동 거울은 당시 금속 가공 기술의 정점으로, 이를 만들기 위해선 거푸집 설계부터 주조까지 고도의 기술과 숙련된 장인의 손길이 필요했다.

이처럼 귀한 유물이 대거 출토된 전북 지역의 고대 문명을 조명하는 특별전이 전주에서 개막했다. 국립전주박물관은 27일부터 ‘나고 드는 땅, 만경과 동진’ 특별전을 열고, 완주 갈동 유적에서 출토된 보물 잔무늬 거울을 포함한 유물 404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번 전시는 오는 10월 12일까지 진행된다.
만경강과 동진강 유역은 고대 전북 지역의 문화 중심지였다. 전북 전주와 완주에서는 한반도에서 가장 많은 잔무늬 거울이 출토됐으며, 이 지역에서 제작된 거울은 해상과 육상 교통로를 따라 타 지역으로 전파돼 고대 교역품으로 기능했다는 분석이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장은 26일 언론공개 행사에서 “이번 전시는 고대 전북 땅의 역사와 문화가 동아시아 교류의 중심축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주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특별전은 초기 철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만경강·동진강 유역의 문화적 변천과 고고학적 성과를 다양한 유물로 풀어낸다. 전시 초입에는 조선 후기 김정호가 제작한 전국지도 ‘동여도’, 1872년 ‘만경현지도’ 등을 통해 지역의 지형과 지명을 보여준다.
‘만경’은 ‘만 개의 이랑’이란 뜻으로 드넓은 들판을 의미하며, 전라도 방언으로 전해지는 ‘징게맹게 외에밋들’은 김제·만경 일대 평야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학예연구사 임혜빈은 “이 지역이 단순한 농경지가 아닌 고대 교역과 문화의 중심이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언어”라고 설명했다.
전시의 핵심은 단연 ‘청동문화’다. 완주 갈동 유적에서 출토된 청동검, 청동꺾창 거푸집 등은 이 지역에서 청동기를 직접 제작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다. 1975년 완주 상림리에서 나무를 뽑던 주민이 발견한 청동검 26자루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동주식 검 형태로, 당시 중국과의 교류 정황을 드러낸다.
2022년 김제 대동리 유적에서 발굴된 ‘乙’자 모양 청동 장식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의복에 부착된 장신구로 추정되며, 유례없는 형태로 학계 관심을 끈다. 또한 정읍 은선리·도계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 꾸미개는 금 88%, 은 11%로 구성된 황금빛 유물로, 제작 기술의 정교함을 증명한다.
‘청동 거울의 방’은 전시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공간 중 하나다. 한국 청동기문화를 대표하는 잔무늬 거울 8점을 집중 조명하며, 세밀한 기하학 무늬를 영상 기술로 구현해 몰입도를 높였다. 지름 1cm도 되지 않는 금구슬, 은반지, 팔찌 등 보존처리를 마친 유물 73점도 처음 공개된다.
부안 죽막동 유적에서 출토된 석제 유물은 일본 제사 유적에서 발견되는 형상과 유사해, 고대 한일 간 해상 교류를 시사하는 흥미로운 사례로 평가된다. 이 유적에서는 도끼, 갑옷, 낫 형태를 본뜬 다양한 돌 도구들이 출토됐다.
박물관 측은 “만경과 동진이 흐르는 전북 땅은 단순한 농경지가 아니라 동아시아를 잇는 문화와 교류의 거점이었다”며 “지금까지 주변부로 인식돼온 전북 고대사가 이번 전시를 계기로 새롭게 조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박물관은 새로 단장한 ‘서예문화실’도 공개했다. 정조의 어필 ‘제문상정사’, 김정희의 ‘잔서완석루’ 편액 등 조선 시대 명필의 작품 48점을 전시하며, 서예 외형뿐 아니라 작가의 삶과 이야기를 함께 전달한다.
박경도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역사와 문화를 살아 있는 현실로 느끼길 바란다”며 “전북이라는 공간이 지닌 인문학적 깊이와 문화적 위상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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