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 깊은 애정 드러낸 박찬욱, 서울국제도서전서 ‘원작’에 대한 영화적 시선 공유
작성일 : 2025.06.20 23:45
작성자 : 문화부
예술가는 무엇으로 작품을 이어갈까. 박찬욱 감독에게 그 해답은 문학에 있다. “재능이 한계에 닿을 때도, 이야기의 씨앗이 말라갈 때도 책은 늘 옆에 있다”고 말하는 그는, ‘책’이라는 원천을 자신만의 창작 파트너로 삼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해 “문학작품은 나의 창작에 있어 믿을 수 있는 구석이자 든든한 뿌리”라고 밝혔다. 이날 강연은 도서전 슬로건인 ‘믿을 구석’을 제목으로 삼아, 문학과 영화의 교차점에 선 감독의 시선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그는 지금까지도 다양한 원작을 영화화해 왔다. 대표작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까지도 모두 소설 혹은 만화를 기반으로 한다. 최근엔 추석 개봉을 앞둔 신작 '어쩔 수가 없다' 역시 문학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알려졌다.
강연에서 박 감독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첫 챕터만 읽고도 '이건 걸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를 내 방식으로 영화화해보고 싶다. 그 문체가 가진 엄격함과 단정함, 감상을 허용하지 않는 건조함을 화면으로 구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투자받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문학에 대한 애정이 오래전부터 깊었다고 고백했다. “존 르 카레의 첩보소설을 읽고 전율했고, 에밀 졸라의 문장은 언제나 경외심을 안겨줬다. 최근에는 W.G.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를 읽으며 설명하기 어려운 감흥을 느꼈다”고 했다.
작품을 읽는 방식도 남다르다. 박 감독은 “중요한 사건보다도 영화적 장면이 될 수 있는 묘사에 밑줄을 긋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쥐’의 원작인 졸라의 '테레즈 라캥'에선 “퐁네프 회랑은 산책을 할 만한 장소는 아니다. 몇 분을 빨리 가느라 그 길을 지날 뿐이다”라는 문장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그는 각색의 출발점도 각 작품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테레즈 라캥’에선 풍경의 묘사에서, ‘헤어질 결심’에선 추리소설 한 챕터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최종적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완성되기도 한다.
“책이 있다는 건 영화 작업의 불확실성을 덜어준다”며 박 감독은 원작 기반 영화 제작을 ‘계획된 여행’에 비유했다. “호텔도 예약하고 맛집도 미리 알아보는 그런 계획된 여행이지만, 막상 도착하면 계획과 다른 길로도 자주 간다. 원작이 있어도 영화는 완전히 다른 결과로 흘러가곤 한다”고 설명했다.
강연을 마치며 그는 “이야기의 씨앗은 언제나 ‘유(有)’에서 시작된다. 그걸 어떻게 키우고 꽃을 피우느냐가 감독의 몫”이라며 “내겐 책이 언제나 그 믿을 수 있는 씨앗”이라고 강조했다.
박찬욱 감독의 문학에 대한 깊은 존중과 영화적 변용에 대한 철학은, 작가와 감독, 독자와 관객이 만나는 또 하나의 예술적 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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