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계기로 내장재 교체·비상시스템 강화
작성일 : 2025.05.31 23:20
작성자 : 사회부
서울 지하철 5호선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이 시민 400여명의 신속한 대피로 대형 참사로 번지지 않고 막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로부터의 교훈과 그에 따른 시스템 강화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 31일 오전 8시 43분경,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를 달리던 열차 네 번째 칸에서 60대 남성 A씨가 인화성 액체를 바닥에 뿌리고 불을 지르며 불길이 시작됐다. 당시 A씨는 2L가량의 액체를 담은 통을 소지하고 있었으며, 사전 경고 없이 옷가지를 태우며 방화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는 순식간에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찼지만, 승객들은 당황하지 않고 다른 칸으로 이동하거나 비상통화장치로 기관사에게 상황을 알렸다. 일부 승객은 좌석 아래에 비치된 비상개폐장치를 이용해 열차 문을 열고 대피에 나섰다. 정차 후에는 기관사와 승객들이 소화기를 꺼내 자체 진화에 나서며 화재 확산을 막았다.
김진철 마포소방서 소방행정과장은 “소방대가 도착했을 때는 상당수 승객이 대피를 마친 상태였고, 열차 내 불길도 거의 진압돼 있었다”며 “초기 대응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화재는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와 유사한 방식으로 발생했으나, 피해 규모는 현저히 달랐다. 2003년 대구에서는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반면, 이번 사건에선 연기흡입 등으로 병원에 이송된 수십 명 외에 중대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서 대형 참사가 막힌 결정적 이유로 전동차 내장재의 불연성·난연성 소재 전환을 꼽는다. 서울교통공사는 2003년 이후 전동차 골격, 바닥재, 좌석 등을 불에 잘 타지 않는 스테인리스 등으로 교체했고, 각 역에는 제연경계벽, 스프링클러, 대피 유도 안내도 등도 설치했다.
대구 참사 당시 불길을 키운 우레탄폼·폴리우레탄 등 가연성 소재는 대부분 퇴출됐다. 김 과장은 “최근 전동차는 대부분 불연재로 제작돼 불길이 확산되지 않고 일부 쓰레기만 탔다”고 설명했다.
비상통화장치 설치 확대, 비상개폐장치 위치 고지 등 위기 대응 체계도 보다 체계화됐다. 이 덕분에 승객들은 침착하게 문을 열고, 기관사와 함께 소화기를 이용해 초기 진화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시스템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실에 따르면 화재 당시 열차 내 보안카메라 영상은 관제센터로 실시간 전송되지 않아, 역무실과 도시철도 상황실 등에서는 열차 내부 상황을 즉시 파악할 수 없었다. 현장 대응의 골든타임 확보와 체계적 관제를 위해 실시간 영상 공유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사건은 범행 수법상 대구지하철 참사를 떠올리게 했지만, 20년간 축적된 안전 시스템과 시민들의 침착한 대응이 대형 인명피해를 막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남은 허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예방 가능한 재난’이 다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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