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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앞두고 ‘침수 악몽’ 벗나… 보존 해법 속도낸다

사연댐 수문 설치 내년 착공 예정… 침수일 연 1일로 대폭 감소 기대

작성일 : 2025.05.26 23:23

작성자 : 문화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는 국보 제285호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긴 세월 동안 반복된 침수와 방치 속에서 ‘비운의 문화유산’으로 불려온 배경에는 사연댐이 있다.

2023년 태풍이 지나간 뒤 물에 잠긴 반구대 암각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1965년 대곡천 하류에 들어선 사연댐은 수문이 없는 자연 월류형 구조로, 장마철이나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저수지 수위가 높아져 상류에 위치한 반구대 암각화가 고스란히 물에 잠기는 구조다. 댐 수위가 해발 53m를 넘으면 침수가 시작되고, 57m 이상이면 완전히 수몰된다.

가장 긴 경우 5∼6개월 가까이 물속에 잠기며, 빗물에 섞여 떠내려온 오물까지 뒤덮이면서 암각화 훼손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2014년부터는 댐 수위를 낮게 유지하는 응급방류 조치가 시행됐지만, 암각화는 여전히 연 평균 42일 이상 물에 잠긴 채다.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 고래사냥과 집단 어로, 제사 장면 등 수많은 도상을 품고 있는 세계적 걸작으로 평가받지만, 보존 상태 미흡으로 인해 201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오른 이후에도 정식 등재에는 번번이 실패해 왔다.

특히 문화유산위원회는 등재 신청 전까지 수차례 보존·관리 대책의 보완을 주문했고, 제방 축조·유로 변경·차수벽 설치 등 다양한 대안은 문화재 훼손 우려로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가변형 물막이 시설(카이네틱 댐) 설치가 검토됐으나, 기술적 한계로 무산되기도 했다.

암각화 보존과 시민 식수 문제를 둘러싼 지역사회와 정부 간 갈등도 장기화됐다. 국가유산청과 전문가들은 문화유산 보호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울산시는 지역 식수원인 사연댐 수위를 함부로 낮출 수 없다는 현실론을 내세웠다.

전환점은 반구대 암각화 발견 50주년을 맞은 2021년에 찾아왔다. 김부겸 당시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사연댐에 폭 15m의 수문 3개를 설치하는 보존 방안이 확정됐다.

정부는 수문 설치 후 수위를 해발 52m 이하로 유지하면 암각화의 연간 침수일을 1일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해 해당 내용을 담은 ‘사연댐 건설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했고, 현재 설계가 진행 중이다. 공사는 이르면 내년 착공돼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수위를 낮추면 대체 수자원이 필요하고, 원활한 물 공급을 위해선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더 나아가 학계 일각에서는 사연댐의 철거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암각화를 처음 발견한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여건이 해결되면 사연댐은 철거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문화유산위원장인 강봉원 경주대 명예교수도 “무엇보다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반구대 암각화는 지금도 한국 고고학의 수수께끼로 불릴 만큼 연구 여지가 많은 유산이다. 세계유산 등재가 유력해진 지금, 보존 대책의 실행력과 문화적 가치에 대한 국내외 공감대 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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