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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에 소고기·쌀 등 '비관세 장벽' 해소 요구… 한미 통상 협상 본격화

워싱턴서 열린 국장급 협의… 25% 상호관세·품목별 감면도 논의

작성일 : 2025.05.25 23:08

작성자 : 사회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대해 농산물 등 다수의 비관세 장벽 해소를 정식 요구하며, 한미 통상 협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산 소고기와 쌀 수입 규제 완화 요구가 거론되면서 향후 협상은 민감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이 될 전망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25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국장급 관세 기술 협의에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명시된 여러 비관세 장벽 문제를 한국 측에 공식 제기했다.

크게는 한국에 적용되는 25% 상호관세 철폐 요구부터 철강·자동차·반도체 등 개별 품목에 대한 관세 감면 논의까지 포함됐다. 특히 비관세 장벽 항목에는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쌀 고율 관세 체계,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구글 지도 반출 제한, 무기 수입 시 기술 이전 요구 등 민감한 사안이 다수 포함됐다.

미국은 2008년 한미 간 소고기 시장 개방 합의 당시 한국이 ‘월령 30개월 미만 소’만 수입하기로 한 조치를 ‘과도기적’이라 규정하면서, 현재까지 이를 유지하는 데 강한 불만을 표시해왔다. 또한 가공육류인 육포나 소시지 등도 월령 관계없이 수입을 금지하는 현 제도를 문제 삼았다.

쌀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직접 높은 관세율을 거론하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한국은 쌀에 기본 513% 관세를 매기고, TRQ(저율관세할당) 물량에만 5% 세율을 적용하는데, 이 중 미국에 배정된 물량은 연간 13만2304t이다.

정부 협상단은 미국 측의 요구사항 중 일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농산물 시장 접근 확대와 같이 국민경제에 직결되는 문제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국회 보고 등 일정 절차가 필요함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소고기·쌀 같은 고관여 품목은 국내 산업 및 소비자 단체, 정치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어 협상 단기간 타결이 어려운 구조다. 현 정부는 6월 3일 대선 후 출범할 차기 정부가 협상 주체가 될 것이란 기조 아래, 국내 실상 설명과 인식 간극 좁히기에 주력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요구라고 해서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현실적으로 협상이 가능한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을 명확히 구분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협의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범정부 회의를 열고 각 부처별 대응 전략을 정비할 예정이다. 특히 관세 감면과 산업협력 확대 등을 카드로 활용해 미국산 수입 확대에 대한 미국 측 압박에 대응하면서, 전략산업인 조선 분야 등에서는 한미 간 협력을 강조할 계획이다.

실제 미국의 주요 관심사인 구글 정밀 지도 반출, LMO 감자 재배 승인 등 한국이 일부 사안에 유연한 태도를 보인 점도 강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결정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차기 정부에 인계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향후 7월 8일로 설정된 협상 마감 시한까지 제한된 시간 안에 복수의 고난도 과제가 병렬적으로 조율돼야 한다.

이번 협의는 FTA 이후 상대적으로 간과됐던 비관세 장벽 문제를 중심으로 한미 통상 관계가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협상의 성패는 결국 차기 정부의 외교·경제적 운신 폭과 국민적 동의 수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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