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80년대 여성들에 1인당 최대 2억4천만원 배상 명령
작성일 : 2025.05.15 23:32
작성자 : 사회부
1960∼1980년대 ‘윤락 우려’라는 모호한 명분 아래 정부가 여성들을 강제 수용했던 국가 폭력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피해 여성 12명에게 최대 2억4천만원까지 총 8억8천만원을 배상하라는 이번 판결은, ‘사회악 일소’를 명분으로 자행된 반인권적 통치의 어두운 민낯을 역사적으로 처음 공식 인정한 사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서울중앙지법 [촬영 이성민, 장지현]](/img_up/shop_pds/opentimes/gisa/2025/pcm20230320000163990_p41747319625.jpg)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김지혜 부장판사)는 15일, 김모씨 등 1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 개개인의 피해 상황과 기간을 종합 고려해 국가가 1인당 400만~2억4천만원씩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이 사건의 뿌리는 1961년 5·16 군사정변 이후 제정된 ‘윤락행위 등 방지법’에 있다. 당시 정부는 ‘사회정화’를 명분으로 ‘윤락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여자’를 ‘요보호여자’로 규정했고, 사법 절차 없이 관료들의 자의적 판단만으로 이들을 각종 여성보호시설에 수용했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실제 성매매와 무관했으며, 시설 내부에서 상습적 폭력과 인권 침해를 겪었다는 점이다.
원고 김씨 등은 1975년부터 1985년 사이, 서울동부여자기술원을 비롯한 정부 위탁 시설에 강제로 수용됐다. 이들은 국가에 의해 자유를 박탈당했고, 구금 중에는 폭행, 모욕, 노동 강요 등 다양한 인권 침해를 겪었다고 밝혔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1월 해당 사건을 과거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정부에 공식 사과와 피해자 명예 회복을 권고한 바 있다. 피해자들은 이후 같은 해 4월 총 1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윤락 우려’라는 모호한 법적 개념이 어떻게 여성에 대한 국가 통제 수단으로 악용됐는지를 법원이 공식적으로 지적한 첫 사례다. 재판부는 “요보호여자 지정 및 수용 결정이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졌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행위”라고 판시했다. 나아가 “이들 여성에게 가해진 인권 침해는 일시적 사건이 아닌,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국가폭력이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은 “이번 판결은 단지 금전적 배상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국가가 여성의 삶을 자의적으로 낙인찍고 통제해온 오랜 관행을 사법부가 명확히 규탄한 역사적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 피해자들의 추가 소송에도 중요한 법적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과거사 청산의 맥락에서,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를 어떻게 치유하고 기억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에게 늦게나마 정의가 도달한 이번 판결은, 과거의 그림자를 직시하고 미래를 위한 인권 감수성을 다시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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