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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247년 역사 라 스칼라 극장 첫 아시아인 음악감독에 선임

2027년부터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이끈다

작성일 : 2025.05.12 23:00

작성자 : 문화부

지휘자 정명훈이 세계 3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에 공식 선임됐다. 라 스칼라 극장 역사 247년 만에 아시아인이 음악감독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휘자 정명훈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라 스칼라 극장은 5월 12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정명훈이 현 음악감독 리카르도 샤이의 뒤를 이어 2027년부터 새로운 음악감독직을 맡게 된다”고 발표했다. 음악감독은 극장의 예술적 방향을 총괄하는 최고 지휘자이자 상징적 존재로, 단순한 공연 기획을 넘어 극장의 품격을 결정짓는 핵심 자리다.

1778년 개관한 라 스칼라 극장은 베르디, 푸치니, 도니체티 등 오페라 역사에 이름을 남긴 작곡가들의 작품이 초연된 무대다. 세계 정상급 성악가들이 서기를 꿈꾸는 이 극장에 아시아인이 최고 음악 책임자로 임명된 것은, 단지 개인의 경력을 넘어 전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의미 있는 이정표로 평가된다.

정명훈은 피아니스트로 경력을 시작했다. 197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공동 2위를 차지하며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1978년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부지휘자에 임명되며 지휘자로 방향을 틀었다. 1980년대 들어 유럽으로 활동 무대를 넓히며 독일 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단의 음악감독 등을 맡았다.

라 스칼라 극장과의 인연은 수십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1989년부터 현재까지 아홉 차례의 오페라 제작을 맡아 총 84회의 오페라 공연과 141회의 콘서트를 지휘했다. 이는 역대 라 스칼라 음악감독을 제외하면 단일 지휘자로는 가장 많은 공연 수치다. 2016년에는 러시아 볼쇼이 극장에서 라 스칼라의 해외 투어 공연을 이끌며 극장 대표로도 활약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23년에는 라 스칼라 필하모닉의 첫 번째 명예 지휘자로 추대됐다.

정명훈은 현재 독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수석 객원지휘자이자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명예 음악감독, KBS교향악단의 계관 지휘자로도 활동 중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며 쌓은 경륜과 해석력, 그리고 오케스트라와의 조율 능력은 그를 세계 무대 정상급 지휘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 선임은 단순한 개인 경력의 확장이 아니다. 유럽 중심으로 구성됐던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인식 지형에 균열을 내는 상징적 사건이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아시아인의 존재감이 더는 예외가 아닌 흐름이 됐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다.

정명훈은 라 스칼라 음악감독 취임과 관련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그간 행보를 보면, 단순히 세계적 명성에 머무르지 않고 예술의 본질과 공동체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해온 점에서 앞으로 라 스칼라 극장에 어떤 예술적 변화와 방향성을 제시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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