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잊혀질 뻔한 나를 구한 작품…두 번째 영화 인생의 시작”
작성일 : 2025.05.04 23:30
작성자 : 문화부
박찬욱 감독이 본인의 모든 영화와 TV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애정하는 작품으로 2011년 단편영화 ‘파란만장’을 꼽았다. 그는 “극장에서 관객과 함께 이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라며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3일 전북 전주시 메가박스 전주 객사에서 열린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J스페셜 클래스’ 행사에 참석해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그는 올해의 프로그래머로 선정된 배우 이정현의 초청으로, 동생인 미술가 박찬경 작가와 함께 자리에 올랐다. 이들은 2011년 단편 ‘파란만장’을 공동 연출하며 감독으로 호흡을 맞췄다.
‘파란만장’은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만으로 촬영된 영화로, 당시 KT가 아이폰4 홍보를 위해 박 감독에게 제안하며 시작됐다. 영화는 낚시 중 익사한 남자와 그의 영혼을 불러내려는 무당의 이야기를 다루며 실험적 시도와 독창적 연출로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단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박 감독은 “스태프들이 여러 각도에서 동시에 촬영했고, 단 1초라도 건질 영상이 있으면 감사할 정도였다”며 “매우 적은 예산으로 멀티 카메라 시스템을 구현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이정현에게도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아역과 가수 활동 이후 영화계에서 외면받던 그는, ‘파란만장’으로 무려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이정현은 “잊혀지던 저를 다시 스크린으로 이끈 고마운 작품”이라며 “‘파란만장’ 덕에 많은 감독이 저를 다시 찾아줬고, 제 영화 인생 제2막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사실 이정현의 무당 역 캐스팅은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당초에는 배우 문소리가 맡기로 했으나, 촬영 직전 임신 사실을 알게 되면서 박 감독은 급히 대체 배우를 찾아야 했다. 그는 “무당과 남자가 진흙탕에서 뒹구는 날, 문소리에게서 전화를 받고 이 영화는 끝났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다 며칠 전 만났던 정현 씨가 문득 떠올랐다”고 회상했다.
박 감독은 최민식에게서 이정현의 연락처를 받아 곧장 출연을 제안했다. 이정현은 시나리오를 차에서 읽겠다고 하며 바로 촬영장으로 향했다. 그는 “체감온도 영하 15도의 날씨에 물에 들어갔는데 오히려 물이 따뜻하게 느껴졌다”며 “물에서 나오니 감기도 나았다”고 웃어 보였다.
박 감독은 “진흙탕에서 구르고 다칠 위험까지 감수하며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다. 하늘이 점지한 배우가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행사에선 또 다른 대표작 ‘복수는 나의 것’(2001)의 제작 비화도 공개됐다. 중소기업 사장의 딸을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박 감독의 ‘복수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으로 평가된다.
박 감독은 “사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전부터 시나리오를 썼지만, 파격적 내용 탓에 투자를 받지 못했다. ‘JSA’가 흥행에 성공한 뒤에야 제작이 가능했다”며 “그때 아니면 못 만들 것 같아 곧바로 영화로 옮겼다”고 말했다.
그는 ‘복수 3부작’이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복수는 나의 것’이 흥행에 실패하자 기자들이 왜 또 복수극을 만드느냐고 비아냥거리더라. 화가 나서 ‘나는 10편도 만들 수 있고, 3부작을 기획하고 있다’고 했다”며 “‘친절한 금자씨’까지 만들게 된 건 그 발언에 책임을 지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털어놨다.
‘파란만장’은 상영 1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강한 울림을 전한다. 저예산과 실험성, 창작의 열정이 맞물리며 영화계에 던진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박찬욱 감독이 직접 꼽은 ‘최고의 작품’이라는 이 단편은, 영화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소중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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