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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가슴으로 찍는 것” 배창호 감독, 15년 만의 귀환으로 다시 말하다

전주국제영화제서 다큐멘터리 ‘배창호의 클로즈업’ 공개

작성일 : 2025.05.03 23:52

작성자 : 문화부

“제 영화를 찍었던 곳에 40여년 만에 간 건데도 신기하게 그때 기억이 다 살아났습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배창호의 클로즈업’을 공개한 배창호 감독은 3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와 삶을 되짚으며 이렇게 말했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넷째 날인 3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주중부비전센터에서 열린 '배창호 특별전: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에서' 기자회견에서 배창호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배 감독이 공동 연출한 다큐멘터리로, 자신이 과거 연출했던 영화의 촬영지를 돌아보며 그간의 예술적 여정을 회고하는 형식이다. 지난 2010년 ‘여행’ 이후 15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그는 “처음에는 다큐멘터리 제작 제안을 거절했다”며 “자칫 나를 미화하거나 왜곡할까봐 두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영화 촬영지를 안내하는 ‘영화의 해설자’가 되는 방식이라면 관객과의 소통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수락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에서’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1984), ‘황진이’(1986), ‘꿈’(1990)이 디지털로 복원돼 상영된다. 관객과의 대화(GV) 시간도 함께 마련돼, 젊은 세대와의 교감을 이어가고 있다. 한 여고생이 “감독님 영화를 교과서에서 배웠다”고 말한 순간이 가장 인상 깊었다는 그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창작 욕구를 새삼 실감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영화계 환경에 대한 우려도 감추지 않았다. “상업영화에서는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몇몇 감독을 제외하곤 자기주장을 펼칠 기회조차 없다”며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기조차 조심스러워졌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가슴으로 느낀 것을 찍으라”고 조언했다. “이제는 AI가 시나리오를 쓰는 시대지만, 영화는 여전히 사람이 느끼고 만들어야 생명력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1982년 ‘꼬방동네 사람들’로 데뷔한 그는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기쁜 우리 젊은 날’ 등을 통해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1980~90년대에는 투자사가 감독의 창의력을 존중해줬다. 지금은 그 균형이 많이 무너졌다”고 회상하며 당시 실험적인 시도들이 가능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영화인으로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친 두 사람으로 고(故) 최인호 작가와 배우 안성기를 꼽았다. “최 작가님의 탄탄한 스토리가 없었다면 제 영화도 없었을 것”이라며, “안성기 배우와는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사이였다”고 추억했다. 특히 건강 문제로 이번 행사에 함께하지 못한 안성기 배우를 그리워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배 감독은 여전히 새로운 극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품고 있다. “안톤 체호프가 소재는 무궁무진하다고 했듯, 저도 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며 “그러나 제작에는 자본이 필요하고, 투자자와의 신뢰도 요구된다. 순응은 못하지만, 기다리며 준비는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녹슬지 않는 이성과 감성, 경험 그리고 체력만 유지하면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라는 말로 향후 연출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배창호 감독의 귀환은 단순한 복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 영화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그가 다시 한번, 시대를 관통하는 예술가로서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관객 앞에 섰다. 그의 영화 인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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