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통해 빛을 발견하고 삶을 견디는 시간 기록
작성일 : 2025.04.22 23:45
작성자 : 문화부
“그렇게 내 정원에는 빛이 있다. // 그 빛을 먹고 자라는 나무들이 있다.”
![작가 한강 [ⓒ전명은. 문학과지성사 제공]](/img_up/shop_pds/opentimes/gisa/2025/akr20250422147700005_04_i1745333216.jpg)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펴낸 산문집 『빛과 실』이 22일 공개됐다.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는 이 책이 오는 23일부터 온라인에서, 24일부터는 오프라인 서점에서 정식 판매된다고 밝혔다.
『빛과 실』에는 산문과 시 총 12편이 수록됐다. 이 중 작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벨문학상 시상식과 관련한 글 세 편이 중심을 이룬다. 수상자 강연 전문인 ‘빛과 실’, 시상식 후 연회에서의 짧은 소감 ‘가장 어두운 밤에도’, 노벨상 박물관에 기증한 찻잔에 붙인 메시지 ‘작은 찻잔’이 그것이다.
작가의 내면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산문 세 편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북향 정원’, ‘정원 일기’, ‘더 살아낸 뒤’는 빛이 적게 드는 네 평짜리 북향 정원을 가꾸며 나무와 빛,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고, 그 안에서 삶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기록했다.
한강은 북향 정원에 미스김 라일락, 청단풍, 불두화 등을 심었다. 햇빛이 부족한 공간을 위해 여덟 개의 탁상용 거울을 설치해 빛을 반사시키는 장면은 마치 한 줄기 시처럼 읽힌다.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의 감각을 그렇게 익히게 되었다”고 적은 문장은, 작가가 자연을 감각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정원 일기’에서는 일상의 흐름과 함께 작업의 순간이 드러난다. 2021년 4월 26일자 일기에는 “칠 년 동안 써온 소설을 완성했다”며 “USB를 청바지 주머니에 넣고 저녁 내내 걸었다”고 적었다. 책의 말미에 실린 ‘더 살아낸 뒤’는 문장마다 줄을 달리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운문과 산문의 경계를 넘나든다.
“나는 인생을 꽉 껴안아보았어. / (글쓰기로.) // 사람들을 만났어. / 아주 깊게. 진하게. / (글쓰기로.) // 충분히 살아냈어. / (글쓰기로.)”
이 글은 글쓰기가 작가 한강의 삶에서 어떤 무게로 존재해 왔는지를 정제된 언어로 응축해낸다.
책에는 시 다섯 편도 실려 있다. 이 가운데 ‘소리(들)’은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개막 공연을 위해 집필한 시를 다듬은 버전이다. 나머지 네 편은 ‘문학과사회’, ‘릿터’ 등 문예지에 실렸던 작품이다. 산문 ‘출간 후에’는 2022년 『작별하지 않는다』 출간 직후의 감정을 담은 글로, 기존에 발표된 바 있다.
작품 외적으로도 눈길을 끄는 구성 요소가 있다. 표지와 본문에 실린 사진은 모두 작가가 직접 촬영한 것으로, 정원과 작업 공간, 찻잔 등 그의 삶의 일면을 비추고 있다. 특히 마지막 장에는 여덟 살 한강이 쓴 시 한 편이 실려 있어 강연의 화두를 다시 환기시킨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 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 사랑이란 무얼까? /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 아름다운 금실이지.”
이 시는 작가가 지난해 노벨상 강연에서 언급한 작품으로, 사랑과 연결이라는 테마가 그의 작품 세계를 꿰뚫는 핵심임을 상징한다.
강연에서 그는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그런 실의 연장선 위에서 탄생했다.
『빛과 실』은 단순한 수상 기념 문집이 아니다. 삶과 글쓰기를 관통하며 축적된 감각, 상처와 회복의 시간, 사랑과 연결에 대한 질문이 온전히 녹아 있는, 한강의 문학적 여정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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