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 종묘 정전, 대규모 보수 후 일반 공개
작성일 : 2025.04.20 20:41
작성자 : 문화부
서울 종묘 정전이 5년 만에 다시 문을 열며 조선 왕실의 신주 49위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날 거행된 고유제와 환안 행렬은 전통과 현대가 맞닿은 순간으로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묘 정전에서 조선의 역대 왕과 왕비, 대한제국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맞이하는 고유제가 열렸다. 정전 19칸의 문이 열리고, 각 신실의 신주를 감싸던 함이 거둬지며 제관들이 엄숙히 절하고 향을 세 번 올렸다. 신주의 귀환을 알리는 이 의식은 5년에 걸친 대규모 보수 공사의 마무리를 뜻하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번 공사에서는 지붕 기와 전면 교체, 시멘트 제거 등 전통 방식의 복원이 이뤄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국보로 지정된 종묘 정전은 정통성과 상징성을 지닌 조선 왕실의 중심 공간으로, 그 위엄을 되찾은 모습으로 이날 다시 공개됐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성스러운 기운이 다시 깃든 이 공간에서 우리의 뿌리와 정신을 깊이 새기게 될 것”이라며 의미를 강조했다.
환안 행렬은 이날 오후 2시 창덕궁 금호문을 출발해 광화문과 종로를 지나 종묘에 이르는 약 3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신주를 옮기는 신연(神輦)과 신여(神轝), 향로를 운반하는 향용정(香龍亭) 등 총 28기의 가마가 행렬을 이루며 도심을 가로질렀다. 시민 200명을 포함한 약 1천100명이 참여한 대규모 의례는 도시 한복판을 전통의 장으로 바꿔놓았다.
조선 왕실의 전통의례는 180여 년 전 헌종 대에 기록된 '종묘영녕전증수도감의궤'에 기반해 재현됐다. 당시에도 종묘의 신주를 경희궁으로 옮겼다가 보수 공사 후 다시 모셔온 기록이 남아 있으며, 행사 인원이 2천840명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궁능유적본부는 "이번에 사용된 가마 대부분은 기존 가마를 보수하거나 대여한 것으로, 전통 형식을 최대한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행렬이 지나가는 길목마다 시민들의 발길이 멈췄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셀카를 찍으며 한국 전통문화의 생생한 순간을 기록했고,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에 나선 가족들도 역사 체험의 기회로 삼았다. 시민 이병헌 씨는 “155년 만에 재현된 행사를 일부러 보러 왔다. 전통의 장엄함이 마음을 울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전에서는 저녁 무렵 특별 공연도 마련됐다. 외벽 영상과 조명을 활용한 무용 퍼포먼스는 어둠 속에서 종묘의 신비한 분위기를 배가시켰고, 참석자들은 연신 박수를 보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신주가 정중히 돌아오며 조선 왕실의 품격이 되살아났다. 종묘가 우리 삶 속에 깊이 자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는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30년이 되는 해다. 1997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함께 세계유산으로 처음 지정된 종묘는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과 함께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돼 있다. 이번 신주 환안 행렬은 그 문화적 가치와 전통의 지속 가능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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