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ㆍ문화

Home > 사회ㆍ문화

여성 뒤쫓는 ‘안전 귀가 콘텐츠’…대학생들의 무감각한 희화화, 도 넘었다

스토킹 피해 현실 외면한 SNS 영상 유행에 비판 쇄도

작성일 : 2025.04.18 11:29

작성자 : 사회부

스토킹과 젠더 폭력으로 목숨을 잃는 참극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를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대학생들의 SNS 콘텐츠가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어두운 골목길에서 남성이 여성을 무작정 뒤쫓는 장면을 ‘안전 귀가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제작한 영상이 릴스와 틱톡 등 플랫폼에 게시되면서 논란이 확산 중이다.

"밤에 학우 과방에 빨리 데려다주기"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학생회 인스타그램 캡처]

논란의 중심에는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학생들이 있다. 최근 이들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소모임 계정에는 ‘흔한 전전의 안전 귀가 서비스’라는 설명과 함께 숏폼 영상이 게재됐다. 영상에는 밤길을 걷는 여성 뒤를 남학생이 무표정하게 쫓아가는 장면과 ‘랜덤으로 아무 여자 골라서 집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기’라는 자막이 함께 붙었다. 약 10초가량 이어지는 영상은 여성의 두려움을 흉내낸 듯한 연출로 구성됐다.

이 영상은 스토킹 범죄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해당 소모임 측은 17일 영상 게시를 취소하고 계정을 비공개 처리했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대체 뭐가 웃긴 장면이냐”, “스토킹 희생자가 넘쳐나는 시대에 바이럴 콘텐츠라니”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유사한 사례는 다른 대학들에서도 확인됐다.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학생회는 중간고사 간식 이벤트를 홍보하며 남학생들이 여학생을 쫓는 장면이 담긴 릴스를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영상에는 ‘밤늦게 공부하면 위험하니까 학우 과방 빨리 데려다주기’라는 자막이 붙었다. 학생회는 비판이 커지자 영상 삭제 후 “여성들이 귀갓길에 느끼는 공포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립한밭대 산업경영공학과 학생회도 같은 시기 유사한 영상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이틀 만에 삭제했다. 이 영상 역시 어두운 길에서 여학생을 남학생들이 뒤쫓는 장면으로 구성됐고, ‘시험공부 하다 늦은 여학생 빨리 집 데려다주기’라는 자막이 붙었다.

문제의 콘텐츠 형식은 지난해 말 틱톡을 통해 해외에서 확산된 것으로, ‘Helping random girls get home safely at night’라는 제목 아래 다양한 버전의 영상이 제작되고 있다. 영상 대부분은 남성이 여성 뒤를 따라가며 위협적인 행동을 연출하거나 여성이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짓는 식이다. 일부 영상은 5천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를 따라 하는 패러디 영상도 양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실제 범죄 피해자의 고통을 희화화하는 영상이 어떻게 유행이 되나”라고 비판했다. SNS 이용자들은 “이 콘텐츠는 스토킹 범죄를 미화하거나 정상화하는 위험한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러한 영상들이 확산되는 시점은 최근 잇단 스토킹 살인 사건들과 맞물리며 비판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서동하 사건을 비롯해 전주환, 김태현 등 연쇄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뿐 아니라 가족까지 희생시킨 끔찍한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실제로 스토킹한 게 아니다”, “그저 유행 콘텐츠를 패러디한 것뿐”이라는 무감각한 반응이 적지 않다.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누가 봐도 연출인 영상인데 과도한 비난이다”라는 의견도 올라왔다.

스토킹과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되는 지금, 대학생들의 무분별한 콘텐츠 소비와 제작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젠더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교육기관과 사회 모두의 성찰과 조치가 시급하다.

내일의 세상을 바꾼다 <오픈타임즈>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오픈타임즈' 검색
▶이메일: opentimenews@gmail.com
▶뉴스 제보: https://www.opentimes.kr

X 페이스북 카카오톡 라인 밴드 스크랩주소복사
사회ㆍ문화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