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한계선 1.8㎞ 앞 저도어장, 연간 19억 원 어획 기대
작성일 : 2025.04.17 15:25
작성자 : 사회부
“만선의 꿈을 안고 떠납니다.”

17일 새벽, 강원 고성군 거진항은 새 시즌을 맞은 어민들로 새벽부터 분주했다. 북방한계선(NLL)과 불과 1.8㎞ 떨어진 최북단 저도어장이 올해도 개장하며 본격적인 출어가 시작됐다. 배로 단 5분이면 도달하는 민감한 수역에서 이뤄지는 조업이지만, 어민들은 매년 이 시기를 기다려왔다. 대문어, 대게, 해삼, 해조류 등 다양한 어종이 잡히는 저도어장은 명실상부한 ‘황금어장’이다.
지난해 177일 동안 8,800척이 투입돼 약 87톤, 19억 원 상당의 어획고를 올린 이 어장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감이 상존하는 가운데서도 수산업의 중요한 생계 기반이 되어왔다. 개장 첫날 어민들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새벽부터 어로한계선 인근에 집결했다.
거진항, 대진항, 초도항 등에서 출항한 어선 168척은 해경의 통신 점호를 마친 뒤 오전 6시부터 본격 조업에 들어갔다. 연승 120척, 자망 40척, 관리선 5척 등 약 260명의 어업인이 참여했다. 지난해부터 점호 방식이 시각 점호에서 무전 통신 점호로 전환되면서, 어민들은 보다 신속하게 조업 준비를 마칠 수 있게 됐다.
저도어장은 매년 4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개방되며, 기상 조건과 군사적 상황에 따라 개장 시기와 조업일정이 유동적으로 조정된다. 북한과의 거리상 민감지대에 위치한 만큼, 유사시 조업이 중단되거나 어장이 폐쇄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동해선 연결도로 일부를 폭파했을 때는 해경이 즉각 어선을 철수시키고 어장을 폐쇄한 바 있다.
이날 첫 조업에서 어민들은 약 4,800㎏의 대문어를 잡아 곧바로 대진항 위판장으로 향했다. 정성스레 손질된 문어들이 새벽 위판장을 가득 채웠고, 첫 어획을 마친 어민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음 출어를 준비했다. 한 어민은 “예상만큼 많이 잡히진 않았지만 시작이 나쁘지 않다”며 “맑은 날씨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거진항을 직접 방문해 어민들을 격려하고 안전 점검에 나섰다. 어업지도선에 탑승해 조업을 체험하고 직접 문어를 잡는 등 일일 어부로 활동하며 어민들과 현장을 함께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도지사가 저도어장을 직접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지사는 “직접 배를 타보니 어민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며 “도는 바다 위에서 고생하는 어민들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생계를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도와 해경, 해군은 조업 종료 후 저도어장 일대의 실시간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어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강원도는 지난달 어업지도선을 1척 추가 배치해 총 3척의 지도선을 운용 중이며, 저도어장 일대의 안전한 조업을 위한 현장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과 인접한 저도어장은 단순한 조업지 이상으로 남북관계의 민감한 온도계를 상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어민들은 이른 새벽 바다로 나선다. 그들에게 바다는 위험이자 생명줄이고, 그 속에서 피어난 생업은 곧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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