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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터널 속 경제’ 진단… 기준금리 동결로 속도 조절

이창용 총재 “불확실성의 터널 진입… 시야 확보까지 금리 유지”

작성일 : 2025.04.17 15:21

작성자 : 사회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복잡한 경제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비유로 금융시장과 소통해왔다. “깜빡이를 켜고 차선을 바꿀 준비”라는 표현으로 금리 조정 국면을 설명했던 그는 이번에는 “터널”을 꺼내 들었다. 17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행 3.50%로 동결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 극심한 터널 속에 들어선 상황”이라며 당분간 속도를 줄이고 시야가 확보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이 총재의 설명처럼 현재 경제 상황은 안팎으로 앞을 보기 힘들 만큼 혼란스럽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예고 없는 관세 부과와 유예 조치를 반복하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교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미국 내부에서도 주가 급락과 소비 위축, 물가 상승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경제 침체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여기에 미·중 무역보복이 격화되면서 한국 수출에 미치는 악영향도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한국의 대미·대중 수출 비중은 전체의 약 40%에 달해 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여파가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제주항공 참사, 대형 산불 등 각종 사건 사고가 잇따르며 내수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2월 대비 1.8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12.5포인트 급락한 이후 반등을 이어가던 분위기가 석 달 만에 꺾였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잇따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한국은행도 다음 달 수정 발표에서 기존 1.5%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금리를 조기에 인하할 경우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80원대까지 급등하며 널뛰기를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도 변수다. 토지거래허가제 해제와 재지정 등 규제 변화 이후 집값 상승세가 가계부채를 자극할 우려도 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과와 정부가 추진 중인 12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집행 여부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변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기준금리를 당분간 동결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글로벌 금리 동향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주요국의 정책 방향이 엇갈리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선택지는 그만큼 좁아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 통화당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추가 경기 하강을 막고, 대외 변수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추경 집행을 서둘러야 하며, 대미 통상 협상에서도 상호이익에 기반한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창용 총재의 말처럼 고속도로를 달리다 갑자기 어두운 터널에 진입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를 줄이고 시야를 확보하는 일이다. 그러나 터널을 빠져나온 뒤에도 조심스럽게 속도를 회복하고, 다시 밝은 길을 달려야 할 때다. 지금은 그 전환점을 준비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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