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강간 고의성 입증 부족”… 주거침입·폭행죄는 인정
작성일 : 2025.04.11 22:36
작성자 : 사회부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을 쫓아가 폭행하고 주거지까지 침입한 전직 구청 공무원이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강간 고의성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보면서도, 주거침입과 폭행 행위 자체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촬영 김정진]](/img_up/shop_pds/opentimes/gisa/2025/pcm20231229000197004_p41744378639.jpg)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동식)는 11일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강간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사건 당시 서울의 한 구청에서 근무하던 공무원으로, 이번 사건 이후 직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지난해 9월 3일 밤 발생했다. 피해 여성이 자정 무렵 귀가하던 중, 낯선 남성이 자신을 뒤따라오는 것을 인지했다. 곧이어 A씨는 피해 여성을 밀쳐 넘어뜨린 뒤 ‘헤드록’ 상태로 끌고 가, 그녀의 빌라에 강제로 침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명백한 강간 의도를 갖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주거침입강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피해자 또한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정신적·신체적으로 저항이 힘들 정도의 상태였고, A씨가 명백히 성폭력을 시도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피고인의 행동 양태나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강간 고의성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성폭력처벌법상 주거침입강간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신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축소사실로서 주거침입과 폭행죄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경위와 수법에 비춰볼 때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심야에 혼자 귀가하는 여성을 대상으로, 물리적 폭력을 동반한 침입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공포와 정신적 충격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역형을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로 선고한 데 대해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된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을 두고 일각에서는 성범죄 미수 혐의에 대한 기준이 여전히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피해자 측은 강한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며 사건 이후 장기간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성폭력 전문 변호사는 “강간의 고의성을 입증하는 데 있어 피해자 진술 외 추가적인 객관 증거가 부족할 경우, 혐의가 감경되거나 무죄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 간 균형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A씨는 현재 공직에서 사퇴한 상태이며, 법원은 그에게 보호관찰과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 등의 명령은 별도로 내리지 않았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시민단체와 여성계 일각에서는 “신체적 강제력이 사용됐고, 범행의 동기도 불순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로 끝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 주거침입이나 폭행 이상의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다. 귀가 중 여성 대상 범죄는 야간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경찰과 지자체는 방범 인프라 확충과 순찰 강화 등의 대책을 추진 중이지만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향후 유사 사건에서 고의성 판단 기준과 양형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보다 활발히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내일의 세상을 바꾼다 <오픈타임즈>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오픈타임즈' 검색
▶이메일: opentimenews@gmail.com
▶뉴스 제보: https://www.opentimes.kr
금주의 핫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