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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출신 두봉 주교, 71년간 한국 사목 후 선종

농촌 지역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와 함께한 삶… 향년 96세

작성일 : 2025.04.10 22:26

작성자 : 문화부

6·25 전쟁 직후 한국에 파견돼 70년 넘게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사목 활동을 펼친 프랑스 출신 두봉 레나도(프랑스명 르레 뒤퐁) 주교가 10일 선종했다. 향년 96세.

두봉 주교가 2023년 6월 6일 경북 의성군에 있는 천주교의 한 공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던 중 미소를 짓고 있다.

천주교 소식통에 따르면, 두봉 주교는 이달 6일 뇌경색으로 안동병원에서 긴급 시술을 받은 후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이날 생을 마감했다.

1929년 프랑스 오를레앙의 가톨릭 신자 가정에서 3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난 두봉 주교는 21세에 파리외방전교회에 입회했다. 이후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과 대학원에서 수학하고 1953년 6월 사제품을 받았다.

1954년 12월 한국에 파견된 그는 대전 대흥동천주교회에서 10년간 보좌 신부로 사목했으며, 대전교구 학생회 지도신부, 가톨릭 노동청년회 지도신부, 대전교구청 상서국장 등을 역임했다.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로부터 주교 서품을 받고 초대 안동교구장으로 취임해 약 21년간 교구를 이끌다 1990년 12월 퇴임했다.

두봉 주교는 '가난한 교회'를 표방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활동에 힘썼다. 안동교구장 재임 시절인 1973년 경북 영주에 한센병 환자를 위한 다미안 의원 개원을 주도했고, 1978년 12월에는 가톨릭농민회 안동교구연합회 창립을 이끌었다.

농민 권익 보호에도 앞장섰다. 1978년 발생한 '오원춘 사건'이 그 대표적 사례다. 당시 천주교 신자이자 농민회 영양군 청기 분회장이던 오원춘 씨는 영양군이 권장한 감자 종자가 불량해 싹이 나지 않는다며 대책위원회를 조직해 항의했다. 당국이 농민들의 요구를 묵살하자 안동교구 사제단이 나서 피해 보상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후 오 씨가 괴한들에게 납치·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제들이 진상조사를 추진하면서 박정희 정권과 가톨릭이 대립하는 시국 사건으로 번졌고, 외무부는 두봉 주교에게 자진 출국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두봉 주교는 바티칸에서 "어려운 사람을 걱정하고, 힘을 주고, 희망을 주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라고 자신의 신념을 밝히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으로부터 지지를 얻었다. 교황은 "만일 일방적으로 한국 정부가 두봉 주교를 추방하면 다른 사람을 안동교구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두봉 주교가 교황을 만나고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 10·26 사건이 발생해 박정희 정권이 막을 내렸다.

벽안의 성직자인 두봉 주교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몸소 겪었다. 2023년 6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휴전 직후 한국 사회에 대해 "못사는 사람들은 서로가 잘 도왔다. 내일 먹을 것이 없더라도 이웃 사람이 못 먹고 있으면 음식을 나눠 줬다. 어려운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좋은 일이 있으면 웃을 줄 알았다"고 회고했다.

또한, 그는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 "한국의 저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서로 도와주는 면은 (요즘) 우리가 옛날 사람들만 못하다"고 각박해진 세태에 아쉬움을 표명하기도 했다.

2019년 특별귀화자로 선정돼 한국·프랑스 이중국적자가 된 그는 근래 의성의 한 공소에서 생활하며 주민들을 대상으로 미사를 주례하거나 멀리서 찾아오는 신자들에게 고해성사를 해주며 소일했다.

두봉 주교는 2022년 1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큰 관심을 모았다. 이후 그를 만나러 멀리서 찾아오거나 전화, 이메일, 문자 메시지, 편지 등으로 연락하는 이들이 많아 소통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두봉 주교의 선종 소식에 많은 이들이 애도를 표하며, 그의 헌신적인 삶과 업적을 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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