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곡의 통속민요, 지역별 소리와 주제별 감정 담아 현대적으로 재해석
작성일 : 2025.04.09 20:38
작성자 : 문화부
“어절∼씨구나 들어가요, 절씨구나 들어가요∼”
!['다시 그리는 노래' 공연사진 [국립국악원 제공]](/img_up/shop_pds/opentimes/gisa/2025/akr20250409156800005_02_i1744198754.jpg)
상모를 휘날리는 사물놀이패의 경쾌한 장단 위로 소리꾼 네 명이 구성진 목소리로 ‘인천장타령’을 불러 올리자,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는 단박에 장터로 변신했다. 객석 곳곳에서 ‘얼씨구’, ‘좋다’ 하는 추임새가 터지며 민요의 흥이 자연스레 번져갔다. 4월 9일 진행된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정기공연 ‘다시 그리는 노래’의 시연 현장은 민요가 단순한 전통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생생한 감정임을 체감케 했다.
오는 10일부터 11일까지 예악당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한국 각지의 통속민요 26곡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무대다. 일제강점기 음반, 구술 기록, 현장조사 등을 토대로 과거 민중들의 삶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은 곡들을 추려 구성했다. 흙 속에 묻혀 있던 민요들을 다시 빛으로 끌어올린 기획은 “그 시대의 감정과 정서를 되살리고 싶었다”는 유지숙 민속악단 예술감독의 의지에서 출발했다.
유 감독은 이날 시연 후 기자간담회에서 “지역별 민요 중에서도 세련되면서도 내용적으로 깊이 있는 곡을 고르려 하다 보니 쉽지 않았다”며 “인생무상, 사랑, 봄, 가족 등 주제를 중심으로 무대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총 3막으로 구성된다. 1막은 경기소리를 중심으로 ‘떠나간 이를 그리는 정서’에 초점을 맞췄고, 2막에서는 강원도와 서도 지역의 소리로 민초의 생존과 고난의 정서를 담아낸다. 마지막 3막은 남도소리를 중심으로 봄의 활기와 해학을 전면에 내세운다. 각 막은 주제에 따라 무대 연출과 의상, 조명도 달라져 관객에게 보다 풍부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서도소리 명창이자 이번 공연의 총감독을 맡은 유지숙 감독은 직접 시연 무대에 올라 ‘서도메나리’를 퉁소 반주에 맞춰 열창했다. 객석 사이에서 등장해 무대로 올라온 유 감독은 힘 있고 절절한 음색으로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공연의 매력은 해학적인 요소도 빠지지 않는다. 각 막 사이사이에는 ‘발탈꾼’ 정준태가 등장해 인형극과 재담 형식으로 공연의 전개를 설명하고, 관객과 유쾌하게 호흡을 맞춘다. 무대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마당판’처럼 꾸며져, 백성들의 이야기를 품은 민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김태욱 연출은 “발탈꾼을 통해 공연 내용을 쉽고 재치 있게 전달하면서, 관객이 자연스럽게 감정에 젖어들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무대는 말 그대로 백성들의 삶을 듣는 장소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3막의 대표곡 ‘화전가’에서는 “인간은 늙어지면 백수가 만발하니, 늙기 전에 놀다 가세”라는 유쾌한 가사로 봄날의 들판처럼 명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다섯 명의 소리꾼이 꽃을 들고 노를 젓는 듯한 안무를 선보이며, 봄나들이의 정취를 고스란히 무대 위로 끌어올렸다.
공연에는 민속악단 연주단원을 비롯해 총 50여 명의 출연진이 함께하며, 전통음악의 기반 위에 연극적 요소와 현대적 감각을 입혀 민요의 매력을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다시 그리는 노래’는 단지 과거의 민요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람들과 오늘날의 관객을 연결하는 시도다. 유 감독은 “빠지게 된 곡들도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개인적으로라도 다시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말하며 민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공연은 민요의 문화적 가치와 예술적 완성도를 재확인하는 자리로, 관객과 전문가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민요의 현재적 재해석이 어떻게 감동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이들에게 ‘다시 그리는 노래’는 그 자체로 흥과 감성의 무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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