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고운사, 조선시대 보물 전소… 안동 하회마을은 가까스로 사수
작성일 : 2025.03.28 20:22
작성자 : 문화부
경북 북부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이 발생 149시간 만에 진화되면서, 국가유산을 보호하려는 긴박한 사투도 일단락됐다. 그러나 강풍을 타고 번진 불길은 천년 고찰 의성 고운사를 비롯한 소중한 문화유산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국가유산은 30건에 달한다. 이 중 보물과 명승 등 국가 지정유산이 11건, 시도 지정유산이 19건이다. 지난 27일 오전 기준으로 27건이 확인됐으나, 오후 5시 기준 3건이 추가로 집계되며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본 곳은 의성 고운사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이 사찰은 해동 화엄종의 시조인 의상대사(625~702)에 의해 창건된 역사 깊은 유적지다. 불길이 빠르게 확산하며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과 가운루가 전소됐다. 연수전은 조선시대 영조와 고종이 기로소에 들어간 것을 기념해 세운 건물로, 사찰 내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한 기로소 건물이었다. 또 다른 보물 가운루 역시 조선 중·후기 건축 양식을 간직한 귀중한 문화재였으나, 지난해 7월 보물로 지정된 지 불과 8개월 만에 잿더미가 됐다.
청송의 송정고택, 사남고택·만세루, 안동의 지산서당·지촌종택·국탄댁 등 조선 시대 전통 건축물이 상당수 소실됐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노거수와 숲도 피해를 입었으며, 화재 현장 인근의 문화재들은 여전히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국가유산을 지키려는 노력은 계속됐다. 국가유산청은 봉정사, 부석사 등 주요 사찰과 종가에서 소장한 유물 1,581점을 긴급 이송했고, 석탑과 주요 문화재에는 방염포를 설치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은 1~2시간마다 반복적으로 물을 뿌리고 인근 나무를 벌목하며 철저한 방어에 나섰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유명한 안동 만휴정은 한때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장 관계자들이 방염포를 덮고 지속적으로 물을 뿌린 덕분에 원형을 보존할 수 있었다.
경북 산불의 주불은 잡혔지만, 피해 규모는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의성 고운사의 경우, 지난 26일 기준 사찰 전각 30동 중 21동이 전소됐고, 나머지 9동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긴급 이송된 문화유산의 보존 상태도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
이번 대형 산불은 기후 변화에 따른 재난 대응 체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국가유산청은 산불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현장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방재 체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백민호 강원대 교수(국가유산방재학회장)는 “기후 변화로 대형 산불의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국가유산 보호 대책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며 “산불, 풍수해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국가유산 방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이 자연재해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보다 체계적인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내일의 세상을 바꾼다 <오픈타임즈>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오픈타임즈' 검색
▶이메일: opentimenews@gmail.com
▶뉴스 제보: https://www.opentimes.kr
금주의 핫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