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21명·대피 주민 8,700여 명…안동 하회마을·봉정사도 위협
작성일 : 2025.03.26 21:27
작성자 : 사회부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닷새째 강풍을 타고 확산하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사망자만 21명에 달하며, 대피 주민도 8,700명을 넘겼다. 세계문화유산과 주요 사찰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당국이 총력 대응에 나섰지만,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산림 당국은 26일 오전 6시 30분을 기점으로 의성·안동·영양·청송·영덕 등지에 진화 헬기 87대와 인력 5,421명, 진화 장비 656대를 투입했다. 그러나 순간 최대 초속 11m 이상의 강풍과 20도를 웃도는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진화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오후 12시 51분에는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에서 진화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강원도 인제군 소속 S-76 기종 헬기가 산불 진화 도중 떨어지며 기장(73)이 숨졌다. 사고 후 일시적으로 헬기 운항이 중단됐고, 오후 3시 30분부터 순차적으로 재개됐다.
산불 피해 지역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전날 기준 1만5,185ha였던 산불 영향 구역은 기상 악조건 속에서 계속 확대돼 현재 3만ha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산림청은 항공 정찰을 통해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지만, 분석해야 할 영상 자료가 방대해 집계가 늦어지고 있다.
산불이 사방으로 번지면서 세계문화유산과 사찰까지 위협받고 있다. 의성 산불은 직선거리로 안동 하회마을에서 4~5km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했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밀집한 하회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당국이 진화 헬기 2대를 투입했지만, 연무가 심해 철수한 상태다.
하회마을 주민들은 소방 당국과 함께 소화전 30개, 소방차 19대를 동원해 가옥 등에 물을 뿌리며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봉정사 역시 산불 위협을 받아 사찰 주변 30m의 나무를 벌채하고, 주요 문화재를 부직포로 감싸 보호하는 등 긴급 조치를 시행했다.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 내 천년고찰 대전사도 산불 영향권에 들었다. 사찰 관계자들은 석탑을 제외한 일부 문화재를 반출하고, 불쏘시개가 될 만한 자재를 제거하는 등 필사적인 방어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불이 동쪽으로 확산하면서 인명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21명으로, 영양·청송·영덕·안동 등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일부는 산불 연기를 피하지 못하고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영덕에서는 실버타운 입소자들이 대피 도중 차량이 폭발해 변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주민들은 당국의 재난 대응 체계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청송군 한 주민은 "어느 방향으로 대피해야 하는지 안내도 없이 '빨리 피하라'는 문자만 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영덕군에서는 7번 국도가 차량 행렬로 정체되면서, 불덩이가 비처럼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운전자들이 간신히 탈출하는 등 아비규환이 펼쳐졌다.
현재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5개 시·군에서 8,753명의 주민이 실내체육관 등 대피소로 피신한 상태다. 또한, 시설 257곳에서 산불 피해가 확인됐으며, 예천∼의성, 동상주∼영덕 구간 고속도로도 양방향 전면 통제됐다.
산림 당국은 "산불 확산 차단과 인명·재산 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밤샘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강한 남서풍이 지속되면서 동해안 원자력 발전소 지역까지 위협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내일의 세상을 바꾼다 <오픈타임즈>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오픈타임즈' 검색
▶이메일: opentimenews@gmail.com
▶뉴스 제보: https://www.opentimes.kr
금주의 핫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