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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행보 속 존재감 드러낸 찰스 3세, ‘소프트 파워’ 외교 주목

트럼프·젤렌스키·트뤼도 잇따라 만나며 외교적 역할 수행

작성일 : 2025.03.06 23:36

작성자 : 사회부

찰스 3세 영국 국왕(76)이 최근 조용하면서도 활발한 외교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왕실의 특성을 고려하면, 그의 연이은 외교적 만남은 이례적인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4일 영국 해군 항모 'HMS 프린스 오브 웨일스' 승선한 찰스 3세 [AFP 연합뉴스]

2022년 9월 영국 역사상 최고령(73세) 국왕으로 즉위한 찰스 3세는 그간 형식적인 국가원수로서 사회 통합을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1주일 동안 그는 국제 뉴스의 중심에 서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달 27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찰스 3세의 친필 서명이 담긴 버킹엄궁 초청장을 전달하며 국빈 방문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흔쾌히 수락하며 찰스 3세를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의 백악관 회담이 난항을 겪자 찰스 3세는 예상치 못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는 2일 자신의 샌드링엄 영지로 젤렌스키 대통령을 초청해 차를 대접하며 환대를 베풀었다. 이어 3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맞았다. 트뤼도 총리는 회담 후 SNS를 통해 "캐나다의 주권과 독립적인 미래를 포함한 중대한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영국 국왕이 국가 원수인 영연방의 일원인 캐나다의 주권 문제에 대한 논의는 왕실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고려할 때 민감한 사안이다. 버킹엄궁은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영국 국왕이 캐나다의 독립적 입장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어 4일, 찰스 3세는 헬기를 타고 영국 해협으로 이동해 영국 해군 항공모함 HMS 프린스 오브 웨일스호를 방문했다. 승조원들을 격려하고 전투기 이륙을 참관한 그는, 40년 만에 해상 작전 중인 군함을 찾은 영국 국왕이 됐다. 이 항모는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를 순회하는 8개월간의 항해를 앞두고 있으며, 영국이 우크라이나 전후 평화유지군 파병을 약속한 상황에서 국제 방위 협력의 의지를 상징하는 군함이다.

스타머 총리가 외교적 지원을 요청한 가운데, 찰스 3세가 직접 외교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왕실의 새로운 역할 변화를 시사한다. 폴 매클래런 런던 로열 홀로웨이대 교수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왕실을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찰스 3세의 '소프트 파워' 외교가 지금과 같은 불안정한 시기에 더욱 필요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찰스 3세는 70년간 왕세자로 있으면서 환경 보호, 사회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따라 어머니인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보다 정치·사회적 참여 의지가 높고 실제로도 더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피하면서도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외교적 전략이 눈길을 끈다. 한 왕실 소식통은 "지난 며칠간의 행보는 가장 섬세하고 의도적인 왕실 외교였다"며 "국왕은 국가적, 지역적,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왕실은 국왕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고려해 외교적 만남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공개하지 않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대서양 관계가 미묘한 상황에서 왕실 외교의 전략적 역할을 부각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왕실 전문 논평가 리처드 피츠윌리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성격을 감안하면 향후 찰스 3세의 외교 행보는 더욱 신중해야 할 것"이라며 "변수가 많은 국제 정세 속에서 국왕이 어떤 방식으로 균형을 맞출지 주목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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