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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살 사망자 13년 만에 최고치…위기 대응 시급하다

전문가들 "자살 문제 더는 후순위로 미룰 수 없어"

작성일 : 2025.02.26 20:50

작성자 : 사회부

지난해 국내 자살 사망자가 1만4,439명에 달하며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자살 문제가 더는 후순위로 밀릴 수 없는 사회적 과제가 됐다며, 위기에 처한 개인을 포용하는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자살 고위험군이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만큼, 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트레스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26일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자살 사망자 급증이 예상된 결과라면서도, 여전히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자살률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사회적 재난 직후에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상승하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통계청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2023년 자살 사망자는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30~50대 남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배우 이선균 씨의 사망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전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장)는 "코로나19 대유행의 부작용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2023년 말 유명인의 자살로 인한 '베르테르 효과'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르테르 효과는 보통 3개월가량 지속되며, 지난해 1~3월 자살률이 높아진 것도 관련성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진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정신건강연구센터장 역시 "해외 사례를 봐도 재난 직후보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자살률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사회·경제적 불안이 지속되면서 자살 문제가 심화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자살 증가 원인을 단일 요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살은 정신건강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단순히 개인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자살 고위험군 방치하면 더 큰 문제 초래"

전문가들은 자살 고위험군 관리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살 위험이 높은 사람일수록 절망감이 깊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백 교수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고위험군을 제때 발견하지 못하거나, 발견하더라도 효과적으로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정신건강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이 좋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이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위험군을 찾아내고, 지속적인 개입을 통해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신건강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사회·경제적 불안정성을 줄이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센터장은 "자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경제적 문제가 꼽히지만, 이는 정신건강 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다양한 부처가 협력해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패를 포용하는 사회 만들어야"

자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조와 문화적 인식의 변화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살 위험은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더욱 크게 겪는 문제이며,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문화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익 강원의대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는 "자살 위기는 결국 사회에서 소외됐을 때 더욱 심각해진다"며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개인에게 너무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탈락자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한선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도 "코로나19 시기에는 사회적 연대가 강조되면서 자살률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이후 다시 개인주의적 생존 방식이 강화되면서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되면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개인의 정신건강 관리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포용적인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한 캠페인이나 정책 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실패를 용인하고 다시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살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적·사회적 문제, 정신건강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다. 이제는 자살 문제를 더는 개인의 선택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사회 전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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