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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게임의 반란… 북미·서유럽 독점 깬 신흥 강자들

체코·폴란드·우크라이나 개발사 돌풍… 싱글플레이·고유 서사로 차별화

작성일 : 2025.02.08 20:56

작성자 : 산업부

북미와 서유럽, 일본 게임사들이 주도하던 글로벌 PC·콘솔 시장에서 변방으로 취급받던 동유럽 개발사들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게임사들의 반복적인 서비스 방식에 피로감을 느낀 이용자들이 동유럽 특유의 신선한 기획과 깊이 있는 서사에 열광하면서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 [CD 프로젝트 레드(CDPR) 제공]

8일 PC 게임 플랫폼 스팀의 통계 사이트 '스팀DB'에 따르면 체코 게임사 워호스 스튜디오의 신작 '킹덤 컴: 딜리버런스 2'는 출시 사흘 만에 최고 동시 접속자 18만 5천 명을 기록했다. 출시 하루 만에 100만 장이 팔리는 등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전작의 성과를 뛰어넘었다.

이 게임은 판타지 요소 없이도 유럽 중세 시대의 역사와 생활상을 몰입감 있게 구현한 게임 플레이, 높은 그래픽 품질과 안정적인 최적화로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직원 수 200명 안팎의 중소 개발사인 워호스 스튜디오는 이번 성공을 발판으로 신작 개발과 라인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동유럽 게임 산업의 중심지다. 대표적인 게임사 CD 프로젝트 레드는 글로벌 히트작 '더 위쳐' 시리즈와 '사이버펑크 2077'로 유명하다.

특히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는 2015년 출시 후 국제 게임 시상식을 휩쓸며 명작 반열에 올랐다. 넷플릭스에서는 '더 위쳐'를 원작으로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더욱 인기를 끌었다.

반면 2020년 출시된 '사이버펑크 2077'은 초기 완성도 문제로 비판을 받았지만,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스토리 확장 콘텐츠 추가로 반등에 성공했다.

폴란드 게임사 11비트 스튜디오도 주목받는다. 극한 상황에서 플레이어의 선택을 강조하는 생존 시뮬레이션 '디스 워 오브 마인'과 도시 생존 전략 게임 '프로스트펑크' 시리즈로 글로벌 인디 게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최근 출시된 '프로스트펑크 2' 역시 PC 플랫폼에서 인기 게임 반열에 올랐으며, 모바일 버전 '프로스트펑크: 비욘드 더 아이스'는 한국 게임사 컴투스가 전 세계 퍼블리싱을 맡아 주목받았다.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역사적 배경이 깊이 반영된 진중한 분위기의 슈팅 게임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우크라이나 게임사 GSC 게임 월드의 '스토커' 시리즈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소재로 한 생존 슈팅 게임이다. 방사능 유출로 황폐화된 폐쇄 구역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구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쟁 속에서도 개발된 '스토커 2: 초르노빌의 그림자'는 출시 일주일 만에 140만 장이 팔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 '게임 패스'에서도 인기 게임 목록에 오르는 등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또 다른 우크라이나 개발사 4A 게임즈가 만든 '메트로' 시리즈도 유명하다. 핵전쟁 이후 모스크바 지하철역과 철도망을 배경으로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게임은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와 현실적인 설정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동유럽 게임 개발사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북미·서유럽 게임사들과의 차별화된 접근 방식이다.

최근 서구권 대형 게임사들은 '라이브 서비스' 중심의 운영 방식을 강화하며, 이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추가 결제를 유도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또한, 게임 내 과도한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 적용으로 오히려 몰입감을 해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반면, 동유럽 게임들은 싱글플레이 기반의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과 세계관 몰입에 집중한다. 억지스러운 다양성 요소보다, 게임의 서사와 배경에 맞는 자연스러운 캐릭터 설정을 유지하며 기존 북미·서유럽 게임에 실망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동유럽 게임업계의 약진은 PC·콘솔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한국 게임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게임사들도 동유럽 시장에 관심을 보이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폴란드 게임사 버추얼 알케미의 신작 '밴드 오브 크루세이더'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네오위즈는 폴란드 게임사 '자카자네'에 투자했으며, 크래프톤은 2023년 폴란드 게임사 '피플 캔 플라이' 지분 10%를 인수했다.

한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대형 게임사들은 기존 히트작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동유럽 게임사들은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녹인 독창적인 게임으로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스팀과 같은 디지털 유통망이 발달하면서 작은 개발사들도 전 세계 시장에서 승부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점도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동유럽 게임의 부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새로운 게임 철학과 개발 방식으로 이용자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며 글로벌 게임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한국 게임업계가 어떤 전략을 세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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